7월 22, 2017

당신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것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1949년 출간된 The American Soldier라는 책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정리한 4권짜리 책입니다. 이 책에 나온 발견 몇가지를 나열하면(괄호 속은 출처):
  1. 고학력 군인들은 그렇지 못한 군인들에 비해 더 많은 정신신경증적 증상을 보였다. (2권, 439p)
  2. 시골 출신 군인들은 도시 출신 군인들에 비해 복역기간 중 통상 더 긍정적이었다. (1권, 94p)
  3. 남부 출신 군인들은 북부 군인들에 비해 남양제도의 더운 기후를 더 잘 견딜 수 있었다. (1권, 175p)
  4. 백인 사병들은 흑인들에 비해 장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1권, 583쪽)
  5. 남부 출신 흑인들은 북부 출신 백인 장교보다 남부 출신 백인 장교를 선호했다. (1권, 581p)
  6. 전쟁 종료 후에 비해, 전쟁 중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2권, 561p)
읽어보면, 다 설득력이 있고 합당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무래도 좀 더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영어로는 street-smart)이 정신적으로 더 적응을 잘할 것이고, 더운 지방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적응을 더 잘할테고, 흑인들은 더 높은 직위에 큰 열망이 없을테고 등등. 동시에 뭐하러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결과를 얻으려고 돈들여 연구하는지 하는 마음에 혀를 찰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에 있습니다. 위 6가지 모두 정반대가 사실이었다는 점입니다.
후판단평향 hindsight bias 이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려주면,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위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잘못된 사실을 그럴 듯하게 알려주어도 그 잘못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됨을 지적한다.
Read More

CISA 시험 후기 - 2017 상반기

2017년 상번기 CISA 시험 후기.

  •  상대 평가라고 하는데, 절대점수 기준으로 70% 정도 맞출 수 있으면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다른 것은 몰라도 최신의 공식해설집(CISA review questions answers & explanations manual, 공식 번역판 있음)은 반드시 봐야할 것
  •  시험 범위는 전반적으로 IT 상식과 관련된 내용, 감사 관련 내용, 그리고 일부 PMP 관련 내용으로, 전공자이며 IT 기술 전반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일부 PMP 관련 내용만 조금 찾아서 공부하면 통과 가능한 수준
  •  아무 준비 없이 공식해설집(=덤프)을 풀어보았을 때 60% 이상 맞을 수 있다면, 공식해설집 중심으로 공부해도 충분할 것
  •  하지만 공식해설집을 풀어보았을 때 50% 이하의 실력이라면, 공부해야 할 범위가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 학원 등 다른 도움을 찾아봐야 할 것
  •  한국어 시험을 보기로 했다면, 한국어 번역이 시험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영어원문도 제공되지 않는다. 일부 용어의 경우 영어가 병기되기도 하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한국어판 공식해설집을 풀어보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  공식해설집의 문제와 동일한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출제 범위, 유형과 번역에 익숙해 지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문제 자체를 맞출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스스로 알고 있는가 확인하는 용도.
  •  한국어판 공식해설집은 문제의 번역만 문제가 아니라, 해설의 번역과 내용도 문제다. 이상하다 싶은 부분은 개인이 보충하는 수밖에 없다
  •  문제 풀이에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시험 시간은 매우 넉넉하다. 시험 준비가 부족하지 않으면 2시간 정도면 문제를 한번 풀고, 전체를 다시 한번 검토해볼 수 있을 수준이다
  •  CBT 시스템은 현장 튜토리얼도 잘 되어있고, 긴가민가한 문제를 표시해뒀다 나중에 다시 풀어보는 기능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당황해서 시험을 못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험시간은 매우 넉넉하다
  •  시험 직후 가채점 결과가 나오고 1~2주 정도 후에 결과가 나온다. 결과가 나오면 5년 이내에 필요요건을 갖추어 자격증 신청을 한다
  •  이런 종류의 다른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몇달 전에 시험자리 예약을 해야한다

참고 : ISACA 시험 응시자 정보 안내서 (2017, PDF, 한국어)


Read More

4월 16, 2017

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장래가 촉망받는 외과의로서 성공을 눈 앞에 둔 서른 여섯의 젊은이가 힘겨운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할 때쯤 말기암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수필이다.

지은이 폴 칼라니티는 인간의 영적인 면과 생리적인 면을 함께 이해하고 싶어 의학을 공부하고, 외과의로서 수 많은 응급환자와 시한부 환자들 가운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던 사람이었다. 삶의 의미에 대해 늘 고민하던 그였지만, 본인 스스로의 죽음을 마주하고서는 그 역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아마도 세상 그 누구도 진실로 죽음을 위한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은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순간부터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한 매일 죽어가는 존재들이다. 다만 평소에는 스스로의 죽음에서 눈을 돌리고 있을 뿐. 어느 날 그것이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는 날, 이 책의 지은이 처럼 낯설고 두려울 것이다.

폴은 결국 가족의 사랑 안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고, 능력이 닿는 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정하고 그렇게 살다 간다.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에.

누구도 진실로 죽음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자신의 때가 오면, 앞서 간 사람들과 같이 누군가로 부터 죽음을 마주할 힘을 얻고, 남은 삶을 살아갈 결심을 할 뿐. 폴과 그의 환자들이 그랬듯이.


Read More